show_김혜미_키 작은 나무들을 뒤덮은 파도모양의 모래더미들이_2020.9.10-9.25


키 작은 나무들을 뒤덮은 파도모양의 모래더미들이

the wavy drafts of sand that had buried the broken timber

작가 김혜미

큐레이터 이유니

기술지원 정진하

후원 서울문화재단

2020.9.10(목) - 2020.9.25(금)

월-수 14:00 - 19:00

목-금 15:00 - 20:00

(매주 토・일 휴관)

인스턴트루프

서울시 종로구 윤보선길 19-6

폐색된 박물관 안에서 비집고 나온 이미지들. 김혜미의 이미지들은 지극히 사소한 우연들의 집요한 연결, 의도된 착오, 무의식의 층위에서 발생할 법한 불가해한 얽힘 등을 통해 재구성되며 그것은 판화라는 매체를 딛고 또 한 번 맥락 지어진다. 의미로 닫히지 못하고 비집고 나왔다는 점에서 언어로 환원될 수 없으며, 원대상과의 협업 하에 판화의 물성에 의탁하여 생산되었다는 점에서 과거의 시간을 함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시간은 어떠한 기억될 권리도 부여받지 못한다. 한편 작가의 작업은 지독한 아카이브적 수집이나 지식의 축적과는 구별된다. 되려 그것은 작가의 말을 빌면 “나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기적같은 우연과 일련의 우연적 발견”, “우연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두려움에 가까운 운명”을, 그를 통해 빚어질 새로운 풍경을 긍정하는 것에 가깝다.


이번 전시 《키 작은 나무들을 뒤덮은 파도모양의 모래더미들이》에서 김혜미는 W. G. 제발트(W. G. Gebald)와의 조우에서 시작된 네 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시는 작가가 지난 몇 달간 다양한 형태의 텍스트 사이를 항해하면서 만난 사소하고 우연적인 사건들의 기록이다. 여기서 작가의 과업은 사건들 사이에 느슨한 시퀀스를 만드는 일이며 그렇게 교직된 세계는 수평선과도 같은 풍경을 우리 눈앞에 펼쳐 놓는다. 벽에 그러 붙은 이미지들은 서로에게 연결점을 내어주고 서로를 침투하지만 그와 동시에 충돌과 모순을 거듭할 텐데, 여기서 전제되는 것은 전혀 다른 형상이 구성될 가능성이다. 이는 우리가 마주하게 될 시간과 공간의 특정 파동이 우리의 파동과 겹쳐졌을 때, 언제라도 굴곡지는 파동의 회절을, 그로부터 유발되는 또 다른 우연의 사건을 감각하게 되기를 기다리는 듯하다.


전시 제목인 ‘키 작은 나무들을 뒤덮은 파도모양의 모래더미들이’는 제발트의 『토성의 고리』(이재영 옮김, 창비, 2019)의 한 문구에서 발견되었다. 전시의 시작은 바로 이 짧은 문구에서 비롯하였는데 잘게 부서진 파도와 모래의 텍스쳐로 펼쳐지는 이 문구가 작가에게 자체의 물성을 지닌 채 다가왔기 때문인지 모른다. 『토성의 고리』가 순환적 시간 안에 담긴 멜랑꼴리의 정조를 전한다면, 작가는 의도적으로 방향 감각을 잃어버린다. 그것은 사적인 것이지만 어떠한 시간을 선물한다.

_이유니


1. <그레코의 하늘>, 종이에 모노프린트, 각 85x114(cm), 2020

2. <키 작은 나무들을 뒤덮은 파도 모양의 모래더미들이>(연작), 종이에 목판화, 87x53(cm), 77x53(cm), 77x63(cm), 62x53(cm), 2020

김혜미

다양한 층위의 물질 간에 얽힌 문맥을 찾고 재구성하며 이미지로 번역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판화를 비롯하여 복수 생산이 가능한 매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개인전 <피난처는 잔해와 같은 소리를 낸다>(디스위켄드룸, 2017), <임의적이고 망상적인 시도>(SG 갤러리 도서관, 2016), <모래 위의 집>(알더버그 룩아웃, 2014)과 <판화, 판화, 판화 Prints, Printmaking, Graphic Art>(국립현대미술관, 2020), <OK, Comrade>(김세중 미술관, 2019), <eve>(삼육빌딩, 2018)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유니 영화이론을 전공했다. 물질적 토대로서의 매체를 통해 동시대 시각문화를 성찰하고자 하며 관련한 기획에 참여하거나 글을 번역한다. <이브>(삼육빌딩, 2018), <OK, Comrade>(김세중 미술관, 2019) 등의 기획전에 협력으로 참여했다.

*본 전시는 <12번의 밤 12 Night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립니다.

**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인스턴트루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방문객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제작한 <전자출입명부(QR코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QR코드 발급은 현장에서 친절하게 안내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