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_이수진_Night Walker: 밤의 산책자 2017.10.13-11.05

13 Oct 2017

 

 

이수진 

 

Night Walker: 밤의 산책자 

 

 

2017.10.13-11.5
1:00pm - 6:00 pm

 

월요일은 쉽니다. 
Closed on monday

연금술의 회화

 

어릴 적 나는 어둠이 주위의 소음을 삼킨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밤의 고요함은 낮에는 느낄 수 없는 것이란 걸 꽤 일찍 깨달았고, 낮과 밤의 에너지는 다른 성질의 것이라고 열정적으로 친구들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과학적 근거는 하나도 댈 수 없던 그 당시-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흔히들 생각하는 낮과 밤에 대한 '음과 양' 같은 이분법이 아니였다. 밤의 에너지는 좀 더 피부에 밀착되는, 더 감각적인 성질을 갖고 있으며 그래서 세상의 모든것을 연결 시킨다는 나의 발견을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당시 나의 열정적인 밤의 찬미는 종종 단짝 친구의 썰렁한 유머로 끝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 친구가 밤의 매력까지 부정한 건 아니였다. 우리는 왜 밤에는 음악이 귀에 쏙쏙 들어오지 혹은 밤에는 왜 집중이 잘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 친구도 나처럼 밤이면 컴컴한 독서실 개인 책상에 앉아 낮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글을 쓰면서 마음에 저장하는 아이였다. 우리는 일기장을 사러 종종 시내 대형서점에 함께 갔고, 각자의 취향에 따른 운명의 노트와 좋아하는 음악 시디를 사서 돌아오곤 했다. 

 

이제 나는 그 신비로운 밤에 어떻게 하면 더 깊게 오래 잘 수 있는지 고민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친구도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 난 뒤 영영 소식이 끊기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때의 밤의 감각을 잊지 않고 있다. 어둠이 고요함과 함께 세상에 찾아오면 비로소 마음에 담아뒀던 감정들이 되살아나고, 이 세계가 낮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조용히 내 앞에 드러나던 그 순간이 아직도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내 안에 살아 있다.

 

이번 이수진의 개인전 < Night Walker: 밤의 산책자 >에 전시될 그림을 봤을 때 나는 그의 그림 속 밤 풍경이 내 안의 기억과 공명을 일으키는것을 느꼈다. 마치 프루스트가 한 입 베어 물은 마들렌 조각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은 것 처럼, 불연듯 그 친구와 나의 사라진 수첩들이 떠올랐다. 나는 코튼지에 색연필로 섬세하게 그려진 그림을 보며 아련한 기억들을 하나 둘 씩 꺼내 보았다. 그리고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이 세계의 혼란스럼움에 대한 어떤 위로를 느끼며 마음 한켠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향기와 비 온 뒤 숲에서 나던 신선한 냄새 그리고 잘 보이지 않는 별자리를 찾아 헤매던 눈의 감각을 일깨워주는 그림들 앞에 어떻게 솔직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멀리 수평선에는 배가 별처럼 빛나고 그 배들의 길라잡이가 되어주는 등대가 위성처럼 떠 있는 바다 풍경을 그린,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유화작업은 이수진이 바라보는 세계의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이 그림은 우리가 세상의 모든것을 알지 못한다 할지라도 괜찮다고 위로한다. 그의 다정하고 세심한 그림 앞에서 우울함과 불안감은 안도감과 동경으로 서서히 변해간다. 연금술의 순간이다.  

C.P.

Planet  2016 colored pencil on paper 25.7x18.2cm

 

 

Night light  2016 colored pencil on paper 25.7x18.2cm

 

Big dipper  2017 colored pencil on paper 18.2x 25.7cm

 

 

In the evening  2016 colored pencil on paper 25.7x18.2cm

 

 

 

Rainbow  2016 colored pencil on paper 25.7x18.2cm

 

 

 

 

Please relo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