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박원주_ 좌초된 세계에서 빛나는 조각 2017.3.18-4.8

이번 인스턴트루프에서 소개하는 박원주 작가의 '좌초된 세계에서 빛나는 조각'은 지난 2016년 11월 부터 준비한 전시입니다. 당시 대한민국은 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 게이트로 '위안부 졸속합의', '개성공단 폐쇄' 등등의 실책을 저질러 온 정부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마저도 사라지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이는 모습을 보면서 인스턴트루프는 '희망을 품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박원주의 <희망봉 The Peak of Hope >(2009)은 사실 그의 블랙 유머 같은 작품입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남아프리카 희망봉 Cape of Good Hope을 보러 간다는 친구에게 작가는 '거기에 가봤자 희망도 봉(cape)도 없다'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어와 외국어는 서로 다르게 희망봉을 표기하고 있기때문입니다. 만일 작가의 친구가 단순히 희망봉을 둘러싼 신화와 이미지에 매혹돼서 그곳에 갔다면, 그는 아마도 작가의 우려대로 희망과 봉 둘 다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희망봉 The Peak of Hope 2009
Bronze 30x16x29 ; 30x16x26; 30x16x23 cm
Supported by Sølyst Artist in Residence Center & Vestsjælland Arbejdende Kunstværksteder, Jyderup, Denmark
이 전시에서도 <희망봉>은 없습니다. 다만 박원주의 <희망봉>을 이상화시킨 사진 촬영본과 그가 이번 전시를 위해 만들어준 <희망봉> 도면이 있습니다. 작가는 제게 이번 전시를 위해 공동작업을 제안했습니다. 저는 <희망봉>을 글로 옮겨야 했는데, 여러 가지 아이디어 중 제가 실행한것은 직접 <희망봉>을 만들고 그 과정에 대해 써본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작가의 작품과 전시를 기획한 나의 관계에 대한 글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결국 '지금 이 시대에 희망을 가진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제가 품고 있던 질문의 답변이자 이번 전시 서문의 역할 까지 할 수 있는 글이 되었습니다. 지금 시대에 '희망'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자칫 허술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조금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희망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합니다. 전시가 열리기 일주일 전,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인용되었고 세월호는 떠올랐습니다. 좌초된 세계에서 빛나던 희망은 그렇게 우리를 또 다른 가능태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불완전하고 혼란스러운 이 세계는 그렇게 전진하고 있습니다. 인스턴트루프, 박기현

희망봉 The Peak of Hope 2017
A4용지

희망봉 The Hope Peak 2008
A4용지 72×85×26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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